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하루에 수십 개의 디지털 흔적을 남기며 살아갑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이메일로 주고받은 계약서, SNS에 남긴 짧은 댓글까지 모두 디지털 공간에 기록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망한 이후 이 정보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에 남겨둔 중요한 문서,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 영상, 네이버 블로그에 적어둔 일기들은 과연 죽음 이후 어떻게 될까요?
디지털 유산이란,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 온라인상에 남겨진 개인정보, 콘텐츠, 금융기록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자산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남겨진 가족과 사회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2차적 유산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개념과 함께 왜 지금부터라도 온라인 흔적을 관리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디지털 유산은 새로운 '상속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유산이라고 하면 부동산이나 예금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디지털 유산도 재산적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매달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채널, 수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 암호화폐 지갑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분쟁의 씨앗
이런 자산들은 법적으로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계정 비밀번호나 복구 절차 없이 남겨진다는 데 있습니다.
남겨진 가족이 고인의 계정을 관리하고자 해도, 사망자의 동의 없이 접근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형제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생전에 이러한 자산에 대한 권한과 접근 방식, 정리 방식을 미리 지정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온라인 흔적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준다
고인의 SNS 계정이 그대로 남아 있어 생전처럼 친구 목록에 뜨거나, 과거의 게시물이 계속 타임라인에 노출된다면 유족 입장에서는 상당한 감정적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서 사망자의 생일 알림이 올라오거나, 자동화된 '추억보기' 기능이 알림을 보낼 경우 가족들은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어떤 유족은 고인의 계정을 추모 공간으로 보존하길 원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삭제나 방치의 문제가 아닌, 남겨진 사람들의 심리적 회복과 애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 간의 합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이며, 사망 전에 고인의 의사를 남겨놓는 것이 정서적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유산은 보안 위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망자의 계정이 정리되지 않고 방치되면, 해킹과 명의도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구글 계정이나 애플 ID에는 수많은 개인 정보가 연동되어 있어, 악의적인 공격자들이 접근하게 될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망자의 계정에서 피싱 메일이 전송되거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민감한 사진이 유출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망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정을 자동 삭제하거나, 지정된 사람에게 접근 권한을 넘기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글의 경우 ‘Inactive Account Manager(비활성 계정 관리자)’라는 기능을 제공해 일정 기간 활동이 없을 경우, 선택한 사람에게 계정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기능은 디지털 유산의 보안 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꼭 설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유언장과 사전 정리 체크리스트
현실적으로 우리는 언제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 유산에 대한 준비는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가장 간단하게는 주요 계정 목록, 로그인 정보, 중요한 파일 위치 등을 문서화해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배우자, 자녀, 변호사 등)을 미리 지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해, 각 계정이나 자산에 대한 처리 방식을 명시해두면 분쟁의 소지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유언장 없이 사망할 경우 법적 처리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므로, 사전 정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삭제할 계정’, ‘유지할 계정’, ‘추모용 보존 계정’ 등을 구분해두면 유족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